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하다가 다시 쓴다. 나쁜말은 다 빼고 좋은말만 간단히 해보자.
(그렇게 말했던 간단히는 없었다.)
사실은 23년 하반기를 좋은 말을 해보려고 해도 나에겐 정말 심리적으로 힘든 일만 있었던 것 같아서 감정이 조금 새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페르소나를 써서라도 웃는모습 보여주며 힘내본다. 웃으며 살다보면 그것이 어느순간 내 모습이 될 것이니 말이다! 아자아자!
먼저 회사 이야기를 하자면, 나의 하반기 회사에서 했던 일은 단 하나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지보수!!
하반기의 반 이상은 배포담당자를 맡으면서, 최대한 서비스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배포담당자
하반기에 한번 서버가 크게 멈춘적이 있다.
언제인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으나, DB 버전을 업데이트 하면서 생긴 문제가 있었다. 1시간 정도 서비스가 멈춰서 고객들에게 상당히 많은 배상을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때부터 경각심을 가지고 더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포 프로세스부터 구축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나는 배포를 하는 사람이지만 배포에 대한 결정권이나 특별한 권한이 없었다. 그러나 은근히 배포담당자에게 책임을 넘기려는 모먼트가 주변에서 보였었다. 그리고 우리 팀장님은 책임과 권한을 분산하고자 나에게 힘을 주기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된 것, 한번 책임을 가지고 이 역할을 수행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처음엔 내가 가진 책임도 모르고 심지어 배포담당자인지도 잘 몰랐다. 그러니 당연히 권한도 없었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너무 싫었다. 배포일정을 너무 빠듯하게 짜고, 어떤 기능을 올릴지 말지 우유부단하게 결정하는 것은 개발자들도 힘들고, 테스트 시간을 부족하게 만들어 서비스의 안정성도 떨어트리는 일이다. 거기다 책임은 생기고 권한이 없어 배포되는 기능이나 정보들을 알 수도 없어 답답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나는 정기배포 회의를 참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회의를 통해 배포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 방법에 의견을 냈고, 그러면서 내 선에서 구멍이 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현재는 배포 1주일 전 배포담당자로서 해야할 일들과 프로세스가 정해져있다. 그 프로세스들은 불편해도 나름 다 이유가 있고, 내가 사람들과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개발자, 기획자가 불평해도 왜 그런지 잘 설득하며 체계를 유지했다.
그래서 위의 사진처럼 9월부터 24년 1월까지의 배포에 관한 지식의 정수를 담은 문서를 만들고 다음 배포 담당자에게 권한을 위임했다. 열심히 문서를 만든 결과, 현재 배포담당자가 배포할 때 마다 문서를 보며 잘 진행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유지보수
배포담당자의 두번째 역할은 오류를 수정하고 유지보수에 힘쓰는 일이다.
나는 하반기 초에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관심을 안가지지만 필요하다는 VOC 기능”을 하나 한 이후로 계속 유지보수만 했다.
빨간색 테두리로 친 부분이 나의 스케줄이다. QA라고 적혀있는데 유지보수한다고 보면 된다.
다들 뭔가 형형색색 여러 일정으로 가득 차 있는데, 나는 그저 유지보수만 할 뿐이다.
우리 플로우 프로젝트에 오류건이 올라오면, 그 이슈를 트래킹해서 오류를 잡아야 한다. 그러면서 가끔 긴급 이슈가 생기면 얼른 스위칭해서 해결해야 하기도 한다.
오류는 고객으로부터 들어온 오류이기 때문에 CX팀에서 고객에게 오류에 대한 설명과 설득을 많이한다. 그 과정에서 개발자에게 원인과 설득하기 위한 정보를 요청하는데, 그 내용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기도 했다.
위에서 보면 “성호님 혼자 대응하고 있다고 느끼면..” 이라는 글자가 있는데, 실제로 나 혼자 대응하고 있었던건 아니고.. 타 부서에서 개발팀에게 이슈 확인 요청과 원인 설명 등 여러 커뮤니케이션적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데, 단톡방에 채팅이나 댓글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다들 할 일 하고 바쁘면 못 볼 수도 있고, 가끔은 “나 모르는건데?”, “누군가 말하겠지.” 하면서 넘어갈 수도 있다.
나는 배포담당자니까. 그리고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대응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내가 열심히 답변했다. 그러나 나의 개발 R&R이 어드민 같은 쪽으로 치우쳐져 있어서, 다른 기능의 도메인지식이 부족하고 나의 답변이 틀릴 수 있다. 저 말은 내 답변 아래 제대로 답변을 달아달라는 말에서 붙은 코멘트이다.
사실 내가 저 기간에 정신없이 불태워서, 저 문구를 보자마자 “뭐? 나만 대응하고 있어?” 라고 생각하게 되는 필터링이 걸려 있었는데 ㅋㅋㅋ.. 사실 내 답변이 그만큼 많이 틀렸다는 말인 것 같다.
힘들어하는 우리 직원에게 기능을!
이메일 누락 이슈 대응
내가 유지보수를 하는 중, CX팀으로부터 메일 누락이 많이 생긴다는 말을 들었다. AWS SES가 메일 누락이 없고 안정적이라고 들어서 Gmail SMTP에서 SES로 교체했는데, 오히려 메일 누락이 심하다는 이슈가 있었다. 메일은 정상 보내졌지만, 보내진 메일이 손실된 것이다. 하지만 코드는 아무 이상없고, 문제는 해결 못하는 상황.
나는 CX가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특정 수신 대상자 한정으로 SES에서 Gmail로 교체하고, 메일 전송 이력과 재전송 기능까지 이틀만에 만들어서 제공해줬다. 그러면서 유지보수도 했었다.
이 이슈는 몇달동안 원인을 찾다가 결국 찾아내서 대체로 해결해둔 상황이지만, 수신측에서 막는 경우도 있어서 해당 기능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데이터 업무 자동화 노력
노력이라는 말을 넣은 이유는 완전히 자동화는 못했다는 뜻. 자동화를 하려면 큰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아서, 우리 팀에게 어느정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다.
우리팀은 데이터를 뽑아주는 업무도 하고 있는데, 이 일이 생각보다 팀 리소스를 많이 먹었다. 그래서 클릭 한번으로 데이터를 뽑아주는 기능을 만들었었다.
그 말곤 자잘한 내용밖에 없어서, 하반기 회사 일은 크게 보면 이게 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말은 안하고 싶었지만, 유지보수라는 말은 정말 대단해보이지 않다. 이미 회사에서 그렇게 보고 있는 모습이 많이 느껴진다. (우리팀만 빼고) 환경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하반기의 나의 일은 정말 힘은 힘대로 뺏는데, 초라해보였다. 이 글을 본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플테세 (플로우 테크 세미나)
플테세는 플로우 테크 세미나라고,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공유하고 싶은 기술과 지식을 발표하고 영상으로 남기는 문화이다. 매달마다 진행되며 상반기 회고에도 언급한적 있다.
23년도 플테세를 총 7번 참여했고 주최자인 우리 부장님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참여했다.
나는 원래 언변능력도 어휘력도 부족해서, 플테세를 통해 발표를 하는 연습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플테세를 하면서 얻은 변화는 3가지 정도 있었다.
- 차분하게 하는 발표가 대체로 좋은 발표다.
처음에는 이야기하듯 웃고 재미있게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다시 내 영상을 돌아보니, 오히려 지식전달에 방해가 되는 것을 느꼇다. 그리고 직업상 대체로 사람들이 차분한 대화를 좋아한다. 하반기부터 했던 발표는 좀 더 차분하게 하려고 노력했고, 앞으로 발표 기회가 생기면 차분하게 하려고 한다. - 대본을 잘 준비한 발표는 더 나은 발표를 만든다.
나는 보통 대본을 쓰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대본없이 했던 나의 발표는 말을 더듬거리고 느리게 말하는 모습이 비춰졌다. 나는 말을 할 때, 말을 잘 구성하려고 노력하다보니 말의 버퍼링이 좀 심한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잘 준비한 대본은 더 나은 발표를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의 발표는 그렇게 할 예정이다. -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이 뭔지 생각하자.
처음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주제로 선택을 많이 했다. 공부를 통해 알게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나의 성장과 사람들에게 지식 전달에 좋다 생각했다. 특히 정규식 발표에서 힘을 봤다. 하지만 갈수록 주제를 억지로 찾게 되었고, 결국 아무도 관심이 없는 엉뚱한 주제를 선택하게 된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 반성하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내가 만든 기능 중, 사람들이 자주 접하게 되는 코드들이나, 기능에 대한 정책 설명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게 됐다. 사람들은 다른사람이 어떤 기능을 만들고 있는지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런 미디어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았다.
Developer's Meetup 발표
회사에서 우리 부서 직원들이 좋은 개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 중 개발자들이 함께 모여 밋업하는 행사도 했고, 그 때 나는 글쓰기 문화를 전달하고 싶어서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 회사 사람들은 글을 많이 작성하지만, 아직도 글을 쓰는게 귀찮고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글을 쓰고, 잘 정리하고, 잘 공유하는 것은 아직도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글쓰기는 사람이 사는 세상안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중요성을 전달하고자 사람들 앞에 나오게 되었다.
스카우터 모니터링 화면 구축하기
사실 사소한 내용인데, 우리 회사의 벽면에는 2개의 TV가 붙어있다. 모니터링용 TV로 사용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스카우터를 띄웠는데 생각보다 시행착오가 많았다.
- 모니터 케이블이 짧음 이슈
- 무선으로 송출하려니 내부 와이파이망이 불안전.
이런 저런 복잡한 이슈 때문에, 결국 2개의 TV 중 하나만 컴퓨터에 연결된 채 사용을 쭉 해오다가.. 하반기에 우리의 글로벌 서비스인 모닝메이트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모닝메이트 스카우터 모니터링을 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PC에서 와이파이 무선 송출로 모니터링을 하려고 씨름하고 있었는데, 그냥 포기하고 경영지원팀에 케이블 구매요청해서 유선 연결로 2대의 TV를 사용중이다.
그리고 OBS Studio를 이용해서 모니터링 화면을 보기좋게 잘 꾸며놨다.
칠판 문화
모니터링 TV에 이어 칠판 꾸미기도 내가 하고 있다.
23년도 초에 내가 사람들에게 그려준 그림을 프린트하여 붙이니 예쁘고 우리팀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얻었다.
23년 하반기동안 파트와 각자 하고 있는 일을 적어두는 것으로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잘 갱신도 안해주고 관심이 사라지는 느낌이라서 24년이 되자마자 바꿔보았다.
이렇게 그림이 있고 아기자기한 예쁜 칠판이 있는건, 내가 이 부서에 있기 때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정말 하는 일이 많고 무엇을 했는지 어필하기 위해, 이렇게 칸반보드를 만들어서 쌓아 볼 예정이다.
데브킷
이 모멘텀 같은 툴은 우리 회사에서 테스트와 개발 편의를 도와줄 크롬 익스텐션이다.
모멘텀처럼 시계를 보여주는게 끝이 아니고 flow에 들어가면 각종 보조 기능을 추가준다. 예를 들어서 회원가입 자동화라던지, 업무번호 복사나 사용자, 기업정보를 쉽게 볼수 있게 해주기 등 역할이 있다.
처음 코딩애플 유튜브 보고 “크롬 익스텐션도 우리가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인지부터 시작했다. 호기심으로 찾아본 크롬 익스텐션은 우리 업무와 테스트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개발자와 테스트를 해주는 분들께 일을 덜어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플로우 데브킷을 만들기 시작했다. 솔직히 크롬 익스텐션은 자료도 잘 없어서, 기능 구현과 프로젝트 구성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조금씩 디벨롭해서 사람들에게 나눠줬을땐 반응이 좋았다.
그러나 이제 솔직히 말하면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사용자는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혁신적인 도움이 되길 원했다. 여러 아이디어는 있었으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투자된다.
이유는 크롬 익스텐션이 프레임워크를 접목하기 쉽지 않고 좀 독자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vite 같은 패키징 툴을 좀 더 잘 썻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었겠지만, 이것도 공부하고 연구하는데 시간이 들고 이미 크롬 익스텐션 개발 아키텍처를 짜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이미 2번이나 프로젝트를 갈아 엎었음)
그래서 이제 더이상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자, 그냥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된 애매한 툴이 되어버렸다. 투자한 시간대비 사람들에게 도움도 내적 동기 부여도 얻지 못한것 같다.
이를 통해서 한번 자신의 일처리에 대한 회고와 크롬 익스텐션 개발 방법에 대해 글을 써봐야겠다.
데브킷은 적당히 필요한 정도만큼 완성시켜 배포한 후 건들지 않을 예정이다.
코딩 멘토 & 레슨
하반기동안 친한 동생의 코딩 멘토와 현재 스벨트킷 레슨도 하고 있다.
레슨의 목표는 끝까지 하는것이고, 끝난 후 이 레슨에 대한 회고도 작성해 볼 예정이다.
마치며
현재 시국이 시국인 만큼 많이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 감정이 글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사실 사적으로 힘든 이야기도 많이 있고 정신없는 이야기도 많지만, 그런 것을 돌이켜 보려고 회고를 하는 것이 아니다.
24년 시작하고 내가 적은 회사 개인 노션 페이지에 적은 말이다. 한 해가 지나고 전체적으로 나의 행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그리고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해보고 내가 부족한게 뭔지 내가 해야할 것이 뭔지도 생각해봤다.
한 해가 지나면 더 발전한 나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올해는 정말 활기차고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도록 긍정적이고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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